한국영화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은 곳이 경찰대학이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영화에서 경찰대학 관련된 장면들은 경찰대학을 갖 졸업한 패기넘치는 경찰이 등장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경찰대를 나온 상관이 곧이곧대로 일처리 하면서 벌어지는 늙은 경찰과의 해프닝이 주 소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청년경찰은 의외로 별거 없어 보이는 이 경찰대학 학생을 주 무대로 가지고 나와 보여 줍니다.
영화는 경찰대학 입학식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어머니와 눈물의 이별을 하는 기준(박서준)과 아버지와 대면대면 헤어지는 희열(강하늘)의 모습을 보여주며 둘의 성격이 극과 극으로 다르다는걸 보여줍니다. 그 뒤 화면은 경찰대에서 훈련을 하며 둘의 우정이 쌓이고 2년이 지난 뒤 경찰대에 왜 들어 왔는지 회의감을 느끼는 둘의 모습을 그려주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혈기왕성한 남자들이 의례 그렇듯 여자친구 만들기를 목표로 강남 클럽을 향합니다.
클럽에서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없이 나선 둘은 선술집에서 신세한탄을 하고 PC방이나 가자며 길을 나서는 중 스쳐지나간 여자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어 계속 타이밍을 엿보며 뒤따라 가게 됩니다.
긴시간 뒤를 따르던 둘은 가위바위보로 여자에게 번호를 물어볼 사람을 정하게되고 여자를 바라보는 순간 스타렉스에 납치되는 여자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게됩니다.
정의감에 불탄 둘은 그동안 교육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그 여자가 흘리고간 떡볶이를 주워 수사에 나서게 됩니다. 여자가 떡볶이 구입한 노점을 확인하고 주인아주머니로 부터 여자의 근무지를 확인하고 되면서 영화는 급진적되어 여자의 이름이 윤정(이호정)이로 가출한 고등학생이며 같은처지의 가출청소년과 함께 거주 중 임을 알아내게 됩니다.
가출청소년들 중 남자녀석에게서 윤정을 데려간 사람이 대림 동의 조직임을 확인하고 대림동으로 향해 직접 구출작전을 펼치게 되지만 역부족인 실력과 부족한 인원 수로 조직원들에게 사로잡히게 됩니다. 장기매매의 희생자가될 위기에서 우려곡절끝에 탈출에 성공한 뒤 학교로 돌아간 그들은 윤정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다시 반격을 준비하고 메두사 교관(박하선)을 통해 결정적인 정보를 입수한 뒤 적진으로 출동하게 되어 조직원들을 물리치고 납치된 아이들을 구출합니다.
줄거리는 평범하고 반전은 없으며 우연이 아닌 필연만 계속 이어지는 모습에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뒤에도 영화에 뭔가 더 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만 남습니다. 코믹오락영화를 표방하는 내용으로 보면 크게 무리는 없겠습니다만 한 동안 이건 뭐가 익숙한데 하는 느낌이 들어 생각해본 결과 예전 1990년대 극장가를 뒤덮었던 홍콩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당시 홍콩영화들 주제는 귀신이건 조폭이건 도박이건 대부분 주인공은 별볼일 없는데 우연히 사건을 목격하고 아주 미세한 정보를 얻어서 이 사람에게 물어보니 조금 큰 다른정보를 주고 그 정보는 다시 좀더 큰 다른정보가 되고 이런 과정을 대여섯번 반복하니 어마어마한 사건이 주인공 앞에 있고 주인공 혼자 덤비다 무참히 깨진뒤 실력을 연마하고 다시 도전하여 우여곡절 끝에 승리한다.
이 너무도 뻔한 구도에서 단 한발자국도 영화가 벗어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같은 경찰학교 동기들을 포섭하여 같이 나가거나 알고보니 성동일이 조직의 보스라는 반전을 주거나 하는 상투적인 장치라도 뭔가 더 있었다면 이 영화의 찝찝한 마감보다는 좀 더 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님 쿠키영상에서 찾아온 윤정이 알고보니 쌍둥이라 던가 하는거 라도 필요하지 않나 할 만큼 이 영화는 보고나서 남는 느낌이 없습니다.